석산리 약바람 맞으러 가는 날 새벽에 비가 내렸습니다.
황토방 문밖에서 시원하게 한바탕 비가 뿌리더니, 이내 그치고...
해오를 시간 쯤은 촉촉한 숲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시원한 국에 밥 한그릇 뚝딱하고선, 숲을 향해봅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에 새벽비로 더욱 깨끗해진 아침숲공기가
걸음마다 나를 감싸고, 콧속으로 들어오는 숲내음이 너무 좋습니다.
아직 걷히지 않은 습기운이 서둘러 산허리를 감싸고 사라지려 이리저리 둘러칩니다.
아! ~ 이제 약바람 맞을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붉게 물든 단풍과 노란 낙엽들이 촉촉함에 더욱 선명합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바람이 있습니다.
살포시 날 건드리고 지나칩니다.
눈을 감고 바람을 실컷 들이킵니다.
욕심내어 약이되는 숲의 기운으로 양껏 심호흡 해 봅니다.
눈을 떠도 행복합니다.
머리를 뒤로 제끼고 하늘을 바라보니,
쭉쭉 곧게 뻗은 나무들이 저 높은 곳에서
마치 날 내려다 보는 것 같습니다.
이 가을 이렇게 아름다운 숲에서 머무른 한시간이
나에겐 보약입니다.
너무나 조용해서 우리의 소음과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립니다.
행복해지는 석산리 약바람....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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